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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월 회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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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아이러니한 달입니다. 23년의 중반으로, 아직 한창일 달이지만 대학생에게 있어서 만큼은 학기 말이기 때문이죠. 4개월 간의 노력이 드러나는 시간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학기 초의 비장한 결심을 증명해내야하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주변환경을 많이 탑니다. 고등학교 성적이 이를 말해주죠. 주변의 인간관계가 좋으면 없던 힘도 생기지만, 자그마한 문제가 생겨도 그게 계속 머릿속을 멤도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평소에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바로 이 지점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외부환경에 많이 휘둘리는 것을 알기에, 그렇지 않고 본업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이즈음에는 5월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무던해지기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기간이지만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보고, 멍도 때리고, 머릿속의 생각을 토하듯 글로 써보기도 하면서 다잡아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 시간은 꽤 전투적이었어요. 전투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역시 글쓰기였습니다. 덕분에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해쳐나갈 좋은 무기를 하나 얻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에너지를 탈탈 털어서 잘 끝마쳤어요. 컨센서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만족했습니다. 조금 휴식이 필요했어요. 사실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손에 쥐고 있는, 그리고 쥐어야하는 구슬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일주일 정도를 쉬어도 더 쉬고 싶었어요. 쥐어야할게 너무 많아서, 숨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몸이 알면서도 움직여지지가 않는게, 번아웃인가 싶었습니다. 회고도 쓰고 싶지 않았어요. 끝나지 않은 쳇바퀴를 계속 돌아야한다는 생각, 언제 끝날지 모르겠으니 더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이주일을 허망하게 보내고 6월이 끝나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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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라는게 참 신기한게, 최근의 일들을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다보면 다른 교훈을 줄 때가 참 많아요. 그냥 그 순간에는 ‘힘들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어떻게든 지나고보면, 한발짝 떨어져서 다시보면 다르게 보일 때가 많아요. 8월에 그리는 6월을 떠올리면 그런 점이 참 많습니다.
우선 6월의 제가 ‘더 쉬어도 되는거야?’ 라고 지금의 저에게 물어보면다면 말할 것 없이 맞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남들은 군대에 입대한 순간부터 한 순간도 쉬어본적이 없습니다. 할 일을 생각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어요. 노는 적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계획 아래에 있었습니다. 20년 10월부터 23년 6월까지 3년 가까이를 그렇게 살았으니 할 일을 생각하지 않고 지낼 때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순간이 온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과감한 결정을 해야겠어요. 손에 쥔 구슬을 다 놓을지를 말이에요.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어요. 어떻게든 버티고 버텼던 거 같아요. 그리고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모든 걸 놓았습니다.
또 다른 것은 허무함이에요. ‘허무함’이라는 감정은 어디서 올까요? 해도 어차피 안 된다는 반복되는 경험의 추론에서 기인할 것 같아요. 저는 해도 어차피 안 된다는 지점이 바로 ‘통제’였습니다. 제 주변 환경과 나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 그것이 저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니체’라는 철학자를 저는 되게 좋아하는데 - 그렇다고 자세히 안다는 것은 아니에요. - 니체의 철학을 요약하면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라 입니다. 쓰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 의미가 스스로에게 있어서 조금 변질된 거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경험들과 인생과 삶은 우연이 대부분이다라는 말을 하는 ‘금융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허무함과 무상함을 되게 많이 느꼈습니다. 이 지점에 대한 답도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찾은 거 같아요. 키워드만을 말하면 답은 ‘애정’과 ‘비우기’입니다. 결국 책 이더라고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8월 회고에서 한 번 더 얘기할게요!
마지막으로 무던함입니다. 저는 무던해지고 싶은 사람이자, 꽤 무던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군대와 인턴을 거치면서, 참 참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이 저의 본업이나 추가적인 학업, 운동에 영향을 준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어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내 생계를 누가 책임지고 있냐는 것입니다. 군대와 인턴 때에는 나의 벌이가 나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래도 온전히 내가 나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책임감이 던져주는 다양한 고민들과 삶의 태도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게 바로 ‘그냥 하는거지 뭐~’라는, 제가 가장 자주 내뱉는 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학업에 있어서는 잘 통하지 않더군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대학교에서 하는 학업에 대한 피드백은 즉각적이지 않았어요. 추가적인 공부를 한다면 회사에서는 진급이 되거나, 영향력이 높아지거나, 고가가 좋아지거나 하는 등의 피드백이 오지만, 대학교 학업은 그 결과가 졸업 이후 또는 직전에 평가됩니다. 대부분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니까요. 특히 학업을 더 열심히 한다고, 그 피드백이 즉각적이지 않는 점이 차이점인거 같아요. 그렇다면 대학교 생활에서 무던해지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까요? 나의 소득이 지연되어서 쌓인다고 생각하는게 속 편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학점이 학업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 또한 좋은 피드백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가장 큰 피드백이 ‘돈’인 것 같습니다. 돈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자본주의에서 가치는 어떻게든 돈이라는 형태로 평가가 되니까요. 이런 생각은 7월 개별연구 이후에 내린 큰 결정의 주요한 이유가 됩니다.
그렇게 저는 6월을 보냈습니다. 6월도 참 생각이 많았네요. 저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요..? 이런 제가 스스로 피곤하기도 하지만, 불행하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색’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인 거 같아서요. 안 좋게 말하면 ‘망상가’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