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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뒤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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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지금 카페에 와서 오랜만에 회고글을 쓰고 있는데, 오는 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원래는 회고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잠시 시간을 내어서 지나갈뻔한 생각들을 붙잡는데 쓰려고요.
오랜만에 회고를 쓰러 가는 길이라, 왜 ‘오랜만’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는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마 과거를 돌아보는건 미래를 계획하기 위함이고,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고 바쁘다는 이유로 정말 무의식적으로 한쪽에 치워놓고 있었습니다. 아니지, 오히려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었어요. 이것저것 고민도 해야하고, 반성도 해야하고, 계획도 하는 그 과정이 다소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이 가지치기로 뻗어나가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몰입 책에서 이걸 사고의 엔트로피라고 얘기하는데, 엔트로피 값을 의식적으로 낮추는 것이 바로 회고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생각하는 힘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네요. 책도 많이 읽고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야하는데 이제 MSK도 안 하고 하니까 다시 하려구요. 이번 년도는 열어놓았던 것들을 가지치고, 다듬고, 힘을 모아서 그쪽으로 보내야할 시기니까요. 이제는 미루면 안 될 거 같아요.
비슷한 얘기이고, 반복적이고 꽤 오래전부터 하던 말이지만 우리는 자극을 멀리해야합니다. 그래서 자극의 역치를 낮춰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영상보다는 글을 보고, 시청보다는 멍 때리기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해야 자아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오는 길에 제가 잠깐만 휴대폰을 보지 말자 해서 안 봤는데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위에서 엔트로피 값을 의식적으로 낮추려면 책도 읽고, 사색하는 시간도 있어야한다고 했는데, 이런 것들은 그냥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더라고요. 지난 1년간, ‘시간 나면 하지, 시간 나면’ 이라는 말 뒤에 숨어서 막상 쉬는 시간이 와도 안 하던 모습이었어요. 그냥 그런 모습을 스스로가 별로 안 좋아해서, 인정하기 싫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막상 그 시간을 견디는게 어려워서 그렇지, 시간을 갖는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인정을 해야 바뀌나봐요.
그리고 돌이켜보니 자극을 멀리해야하는 이유가 되게 원대하더라고요. 눈앞에 있는 것도 해내기 바쁜데, 그런 고차원적인 행위를 할 겨를이 어디있냐는 식으로 지난 1년간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리고 어제 제가 지하철에서 봤던 글귀를 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원대할 필요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같아요. 오히려 지극히 일상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역치가 낮아지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재밌는 게 더 많아진달까.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비단 현재에서 스쳐갈 뻔한 것들을 붙잡는 것뿐만 아니라 죽어있던 과거까지 살아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조금 예민해지는거 같아요.. 하하. 왜냐면 작은 걸 봐도 많은 생각이 들거든요. 예민하지만 평온하고 무던하면서 무감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