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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4월 회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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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벌써 4월의 마지막이자 회고글을 쓸때가 왔네요.
3월과 4월은 주변에 가득했던 차가운 기운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던 달이었어요. 이에 따라 밖을 돌아다니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여유가 19년 이후로 참 오랜만이에요. 물론 잠깐이었지만…
가볍게 읽었던 책들로 시작해볼게요.
1.
베니스의 상인
원래는 문학을 거의 안 읽어요. 아마 이 책도 학교 과제가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거에요.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상상할 여지가 참 많은 책’이라는 점이에요. 지식과 교훈을 전달하거나, 우리에게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책들도 많지만 그런 책들과 다른 점은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궁금하게끔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셔의 결혼 테스트를 통과하는 장면 또는 포셔가 판사로 법학박사로 위장해서 판결을 내리는 장면 등에서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불러 일으켜요. 마치 드라마처럼 말이죠. 뿐만 아니라 경영학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저는 포셔가 반지 테스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어요. 포셔는 바사니오로 하여금 ‘우정’과 ‘사랑’이라는 가치 중에서 사랑을 선택하게 하였는데, 이를 개인과 회사의 입장으로 빗대어 생각해보면 ‘야근&헌신’과 ‘워라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야근은 사랑에 대응하고 워라밸은 우정에 대응하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워라밸보다는 당연히 야근과 헌신하는 직원을 뽑고 싶어하는 만큼 포셔의 사랑테스트를 기업 입장에서 잘 작동하게끔 하기 위한 충분 조건과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요?
2.
멋진 신세계
두 번째 책도 문학이네요. 멋진 신세계 또한 말로만 들었지 이번이 처음 읽는 거에요. 이 책에서는 사람이 아닌 사회를, ‘선’보다는 효율을, 도덕보다 물질을 우선 시 되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어요. 처음에는 해당 사회가 거북해지지만, 위와 같은 가치들을 중시하게 된 이유를 작품 내의 지도자로부터 설명 들으면, 현대 사회의 개인의 욕구를 모두 구현해놓은 곳이 ‘멋진 신세계’ 임을 알게 되요. 우리는 실제로 고통 받고 싶지 않아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물질을 소비하고 싶어하고, 본인의 일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면 과연 사회가 ‘멋진 신세계’로 가지 않도록 막고 있는 그 힘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요. 저는 그것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인간의 ‘선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고, 현상에 질문할 줄 알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행동하는 용기 등등 인문학과 철학이 세상을 물질,효율중심적으로 가는 사회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멋진 신세계’에선 사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요. ‘안정’이란 폭력과 사건 사고가 없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변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하지만 인간의 ‘선에 대한 의지’는 많은 변화 - 대부분 전쟁을 통해 -를 이끌어 왔어요. 물론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항상 그 이상의 변화가 찾아왔던 것 같아요.
3.
책은 도끼다
삶을 풍족하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저는 종종 고민해요. 이전에 레이달리오의 원칙과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서사적인 삶’이었어요. 만약 세상의 모든 인류가 다 같이 한날 한 시에 죽어서, 죽기 직전에 모두 모여 얘기를 나눈다면 어떤 삶을 가장 기록하고 싶어할까. 그것은 바로 일찍 성공해서 죽을 때까지 펑펑 놀다가 죽은 사람보다는 역경을 이겨내거나, 실패를 맛본 사람의 삶이지 않을까 싶어요. 힘든 경험이든, 좋은 경험이든 그 경험의 총량과 다양성이 많은 삶, 그것이 서사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가치관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줬어요. 그것은 바로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촉수가 예민해져서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신기해하는 것. 익숙한 것도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바라보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일상적인 삶에서 더 많은 신선한 자극과 경험을 제공해준다고 말해요. 이런 자세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여유를 가짐으로써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면, 종종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4.
세속의 철학자들
솔직히 말하면 다 못 읽었습니다. 팔 수술할 때 즈음이었는데, 병원이랑 겹쳐서 못 읽었던 것 같아요. 1/3정도만 읽은 입장에서 훌륭한 경제 입문서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를 종종 고민했었는데, 이 책이, 특히 책의 제목이 그 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학은 너무 구체적으로 들어가는게 아닌가 싶어요. 사회 전체 시스템을 지적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철학보다는 공학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우리의 세계는 부분적으로 ‘멋진 신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성장의 맛을 봐버리기도 했고, 그에 따른 위기를 여러 번 넘긴 인류가 새로운 체제를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이 체제의 안정을 바라지 않을까요?
5.
군주론
마키아벨리의 통찰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읽다보면 조선시대 다양한 에피소드와 현/전 정부의 많은 논란들이 떠오르는 책이에요. 요즘에는 마키아벨리에서 제시하는 군주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이 통용될 사례가 많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간이 얼만큼 지나도 이 책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본인 스스로’라고 생각해요. 개인이 개인 삶의 군주가 되어야하는 점은 어떤 시대, 어떤 정치 시스템과도 상관없이 가져야할 삶에 대한 자세이니까요. 작은 관점에서는 유튜브를, 큰 관점에서는 국가 사회적인 개념이 우리 삶을 침범하는 요소일 수 있어요.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하나씩 점령해나갈지, 이를 위해선 스스로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행동해야하는지 등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6.
학교 생활
학교 생활은 재밌어요! 물론 여전히 할 일도 많고, 중간고사도 친 지금 다시금 마음을 다 잡을 때이지만 사알짝 위기가 왔지만, 그냥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다보면 괜찮아질 거 같아요. 오늘 한 일 때문에 내일 고통받고 싶진 않고, 오늘 때문에 내일의 선택지가 사라지긴 싫거든요. 3월을 맞이할 때보다 5월을 맞이하는 지금에서 더 나아진 점은 ‘불안감’이에요. 아마 저번 회고를 쓰면서 불안감을 많이 해소한 것 같아요. 과거 정리를 못해서, 뭔가 모래주머니를 달고 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 모래주머니를 풀었으니까요.
그저께는 생일이었어요. sparcs 사람들한테 오프라인으로 생일을 축하받았는데,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19년 이후로 거의 4년 만에 케익을 받아서 그렇더라고요. 이런 축하를 어색해했어도 이해해주세요 여러분 여러분이 주신 책들은 감사히 잘 읽을게요~